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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의 사람들]-편견 그리고 판결, 줄거리요약 및 리뷰

marin♥ 2021. 8. 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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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 1957

개요: 드라마, 미스터리/미국/96분

감독: 시드니 루멧

등급 : 15세관람가

출연 : 헨디 폰다(배심원8), 에드 베글리(배심원10)


 줄거리를 보기 전에 주의할 점 ※

1. 줄거를 설명하는 과정에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2. 모든 이미지와 영상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이미지와 영상입니다.

3. 모든 영화 리뷰에는 맨 하단에 메인 예고편 영상의 링크가 있습니다.

4. 이 글의 무단 복제 및 인용을 금지합니다. 


줄거리

18세 소년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소년의 유무죄를 가리는 배심원들의 최종 판결만 남은 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12명이라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줏대 없이 타인의 말에 휩쓸리는 사람부터 큰 목소리를 내며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실제 토론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 준다. 노인과 여자라는 두 명의 목격자와 평소 소년의 행실 등 정황상 모든 증거가 소년이 아버지를 살해한 범임임을 나타내고 있다. 선풍기마저 고장 난 무더운 날씨 속에 배심원들은 지친 상태다. 배심원은 곧 야구를 보러 가야 한다며 농담을 하는 등 곧 18세 소년에게 사형 선고를 내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소년이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굳게 믿는 상황 속에서 유무죄를 가리기 위한 투표가 진행되었다. 모두가 유죄 판결을 내려 소년이 사형 선고를 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단 한 사람이 무죄라고 주장한다. 이에 다른 배심원들은 유죄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한 사람에게 온갖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 사람은 법정에 제출한 증거들을 논리적으로 재반박을 하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재반박과 검토의 과정을 통하여 토론에 있어서 의사 합치 과정을 보여준다.

그럼 이제 증거물에 대한 반박을 알아보자. 일단 첫 번째로 범행도구인 칼이다. 칼의 모양은 꽤나 독특한 형태로 소년이 집 근처 전당포에서 2달러에 칼을 사는 모습을 가게주인이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칼은 그곳에서만 파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제기한 배심원이 재판 전날 밤 소년의 집근처를 산책하다가 발견한 가게에서 6달러를 주고 구매한 칼은 살인에 사용된 칼과 똑같다. 그러므로 이 칼이 유일무이하다는 가정은 깨졌고 어쩌면 소년의 주머니에 구멍이 나서 그 틈새로 칼이 떨어졌고 그 칼을 누군가가 주워서 범죄 도구로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상처의 모양을 봤을 때 칼을 다룰 줄 알고 키가 작은 사람이 키가 큰 사람을 찔렀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두 번째는 목격자의 진술이다. 목격자는 소년의 집 아래층에 사는 노인과 맞은편에 사는 여자로 두 명이 있다.

먼저 노인의 주장을 알아보자. 노인은 한쪽 발을 저는 사람으로 거동이 다소 불편하다. 이 노인의 말에 따르면 소년이 집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현관에서 봤고 ‘죽여버릴거야’라는 등의 폭력적인 언행이 오간 다음 시체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단면도에 따라 배심원이 있는 방을 재구성하고 직접 실행해보자 41초가 나왔다. 노인의 말대로라면 15초 안에 현관문에서 발코니까지 이동했다는 말인데 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집이 철도가 다니는 철로 옆임을 감안했을 때 소년이 아버지에게 폭력적인 말을 하고 밀어 떨어뜨렸을 때의 소리는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과 겹치므로 못 들었을 것이다. 이에 다른 배심원은 노인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자 노인과 비슷한 연배의 배심원이 노년기의 쓸쓸함과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 외로움을 언급하며 타인의 주목과 관심이 필요해 노인이 무의식적으로 봤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인 여자에게서는 콧잔등에 안경에 눌린 자국이 있었다. 이를 통해 여자는 평소에 안경을 끼지만 재판에 오면서는 안경을 벗고 렌즈를 꼈음을 알 수 있다. 자기 전에는 안경을 벗고 자므로 여자의 시력을 고려해봤을 때 반대편의 사람들을 볼 확률이 낮다. 이를 통해 여자의 증언도 신빙성이 없음이 밝혀졌다.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소년이 무죄일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배심원 중 한 명(3번 배심원)은 소년의 가정환경을 언급하며 소년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간다. 목격자의 증언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믿으면서 소년의 말을 믿지 못하는 이중성을 보이는 이유는 오래전에 관계가 나빠져 가출한 아들을 소년에게 투영한 탓이다. 격한 말투로 소년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가던 3번 배심원은 다른 배심원들이 자리에 일어나 등을 돌리는 거부반응을 보이자 그제서야 말을 멈추고 자신이 소년을 아들에게 투영하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들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영화는 모든 배심원이 대기실에서 나가는 모습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후기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소년의 유죄와 관련된 토론이다. 토론이 진행됨에 따라 유죄에서 무죄로 변하는 과정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처음에는 단 한 명만의 배심원이 무죄를 주장하였다. 하지만 목격자의 진술이 거짓임을 밝혀지고 비밀 투표로 진행되자 무죄는 두 명으로 늘어났다. 선풍기가 작동되고 진지하게 소년에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자 무죄 6명 그리고 유죄 6명으로 변하고 마지막은 모두 무죄를 선택하게 된다. 여기서도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압박에 의하여 무죄로 바꾼 사람, 무죄가 과반수로 넘어가자 다수에 따라 무죄를 선택하는 사람, 야구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하여 유죄를 무죄로 바꾸는 사람 등은 주로 감정이나 분위기에 의하여 결정을 번복하게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영화 속 주목할 점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1. 무죄추정의 원칙

 

배심원들은 평소 칼싸움을 했던 과거 이력과 폭력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소년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폭력적인 상황에서 노출된 사람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일 것이며 아버지도 살해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사형선고라는 무거운 죄를 ‘reseanable doubt(합리적인 의심)’의 과정 없이 선고한다. 이는 무죄추정(無罪推定)의 원칙에 위반된다.

무죄추정(無罪推定)의 원칙이란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라고 판정된 자만이 범죄인이라고 불려야 하며 단지 피의자나 피고인이 된 것만으로는 범죄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불구속 절차를 원칙으로 하고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기소자인 검사에 있으며 피고인 자신이 무죄임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백 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지 말라라는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세계인권선언 제11조 제1항에서 형법상 범죄로 인하여 소추된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변호에 필요한 모든 보장이 확보되어 있는 공개재판에서 법에 의하여 유죄로 판결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이는 각국의 헌법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 헌법 제27조 제4항에서 형사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는 명문규정을 통하여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2. 배심원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배심원이 등장한다. 여기서 배심제란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재판 과정에 참여하여 범죄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사법제도를 말한다. 그리고 영미법계에서 배심제란 오랜 전통을 가져 중요한 제도다. 미국 시민권자들은 배심원으로 선발되어 재판에 참여하고 범죄의 유무를 판단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범죄구성요건에 대해 법관이 강제적 배심에 대한 설시를 한 경우 적법절차에 대한 위반으로 본다. 배심원이 형사사건의 독립적인 조사를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피고에 대한 법률무효의 재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연방법원 수정헌법 제7조에서는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에 배심재판을 청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법관에 의한 재판이나 금전적 손해배상이 아닌 금지 명령과 같은 형평상 구제책 등은 배심재판을 할 권리가 없다. 행정판사에 의한 재판또한 배심재판할 권리가 없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따른 법률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제도로 배심제도가 실시되었다.

 

3. 담론

 

이 영화는 저예산으로 촬영된 탓에 처음과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배경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배심원들 대기실이라는 긴 테이블과 의자만이 놓여 있는 공간에서 한 생명의 존립 여부에 대해 토론한다. 장소의 변화 없이 오직 말로만 설왕설래하는 식의 전개 방식은 자칫 루즈해질 수도 있었으나 치열한 논증 과정을 통하여 증거물을 하나씩 밝혀가는 극적 요소를 통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검사 측이 제시한 증거와 목격자의 진술을 반박해가는 과정이 특히 인상적이다.

소년에 대한 부정적인 대사를 통하여 무죄판결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배심원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으므로 저마다의 생각과 편견이 다 다르다. 저마다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하나의 결론으로 합치되기까지는 녹록지 않다. 소년이 무죄라는 결론으로 도달하기까지는 많은 갈등이 있다.

소년이 재판에 회부되고 가장 중거물은 아버지를 살해했을 때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잭나이프와 아래층에 사는 노인 그리고 맞은편에 사는 여자가 있다. 처음에 범행 도구인 잭나이프의 유일무이함이 깨지는 순간 분위기는 순식간에 고조된다.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을 것처럼 분위기는 고조되었다가 목격자의 진술을 밝혀내는 논증 과정으로 소년이 무죄임이 밝혀지자 숙연해졌다. 여기서 목격자의 말은 믿으면서 소년의 말은 믿지 않은 자가당착에 빠진 배심원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여기서 배심원은 이름이나 직책이 아닌 ‘6번 배심원’, ‘3번 배심원’, ‘8번 배심원과 같은 번호로 불린다는 점 또한 주목할 점이다. 사회의 직책이나 이름이 아닌 번호로 매겨지는 배심원들의 논쟁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드러나게 한다. 야구를 보러 가기 위하여 과반수의 찬성에 따르는 사람, “그냥 그럴 것 같아서요.”라고 말하며 다수의 결정에 따르는 이 두 명의 배심원이 있다. 그들은 남들의 결정에 그대로 따라가고 자신의 주장을 뚜렷한 기준 없이 직관만으로 전개한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번복을 거듭하다 결국 과반수의 결정에 찬성하고 마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간상이다. 이런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비록 편견에 가득 차 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뜻을 거의 마지막까지 관철하는 3번 배심원의 태도만은 배울 점이다. 그리고 정황상 모든 증거가 소년이 유죄임을 나타난다고 해도 끝까지 무죄일 가능성을 생각해 무죄 판결을 최초로 외친 8번 배심원의 정의로운 행동은 현대인이 배워야 할 점이다. 이 둘은 자기 확신과 주관이 뚜렷하다. 모두가 그렇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홀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피력하는 모습은 다수의 결정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사람들보다는 더 나은 모습이다.

과거에는 정보의 빈곤이 사회의 문제였다면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발달한 현재는 정보의 과잉이 사회의 문제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상황 속에서 사실관계를 따져 팩트를 찾아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가 하는 말이라고 곧이곧대로 믿는 것이 아닌 논증 과정을 걸쳐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검토과정이 필요하다. 1950년대의 이 영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며 ‘reseanable doubt(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개인이 가진 편견이 위험한 점은 편견을 절대적 진리로 믿고 타인의 반박은 전혀 듣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내가 편견을 가졌음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수용할 줄 아는 태도는 세계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다.

영화

https://www.youtube.com/watch?v=1myfrzrS5O4 

영화는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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